
2026년 상반기 웰메이드 범죄 스릴러로 큰 호평을 받으며 종영한 ENA 드라마 <허수아비> 리뷰입니다.
이 작품은 과거 대한민국을 뒤흔든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과 당시 발생했던 강압 수사, 그리고 시신 은폐 사건(화성 초등학생 실종 사건) 등 뼈아픈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되었습니다. 단순한 범인 잡기(Whodunit)를 넘어 "사건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삶과 사법 시스템의 민낯"을 묵직하게 조명하며 최고 시청률 8.1%로 막을 내렸습니다.
등장인물 소개
강태주 (박해수 분)

강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을 쫓는 집념의 형사입니다. 과거 수사 과정에서 유력 용의자로 의심했던 이들이 비극을 맞이하자, 평생을 죄책감과 악몽 속에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집요하게 사건의 진실을 추적합니다.
차시영 (이희준 분)

냉철한 판단력과 정치적 감각을 지닌 검사입니다. 과거 강성 연쇄살인 사건 수사를 주도했던 인물이지만, 자신의 안위와 권력을 지키기 위해 강압 수사와 부실 수사를 묵인·은폐했습니다. 끝까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정당화하는 입체적인 인물입니다.
이기환 / 개명 후 이용우 (정문성/아역 등 분)

이 드라마의 가장 거대한 반전이자 진범. 과거에는 동네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며 동생 기범을 끔찍이 아끼는 순박한 청년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열등감과 왜곡된 이상성욕에 사로잡힌 연쇄살인마였습니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친동생과 지적장애를 가진 임석만에게 누명을 씌우고, 자신은 '이용우'로 개명해 법망을 피해 갔습니다.
서지원 (곽선영 분)


강태주의 고교 동창이자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강성일보 기자입니다.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며 태주의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이기범 (송건희 분) & 임석만 (백승환/전석찬 분)

국가의 폭력과 진범의 덫에 걸려 삶이 파괴된 무고한 피해자들입니다. 기범은 가혹한 고문 수사 후유증(패혈증)으로 억울하게 숨을 거두었고, 임석만은 억울하게 20년간 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줄거리: 30년을 관통하는 '혐관 공조'와 뒤바뀐 비극
드라마는 1980년대 후반, 강성 지역을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살인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형사 강태주와 검사 차시영은 범인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지만,


시대적 한계와 실적 압박으로 인해 엉뚱한 사람들을 용의선상에 올립니다.

태주가 의심했던 순수한 청년 이기범(송건희)은 모진 고문 끝에 석방되지만 장기 손상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하고,


뒤이어 용의자로 지목된 임석만(백승환)은 억울하게 무기징역을 선고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범의 친형이었던 이기환(정문성)은 동생을 잃은 슬픈 피해자 행세를 하며 강성을 떠납니다.

시간이 흘러 30년 뒤, 늙어버린 강태주 앞에 마침내 연쇄살인범 '이용우'가 특정됩니다. 그리고 대면한 이용우의 진짜 정체는 바로 과거 동생을 잃고 오열했던 '이기환'이었습니다. 이기환은 애초에 자기 대신 누명을 쓸 희생양으로 친동생과 임석만을 설계해 두었던 소름 끼치는 인물이었음이 전반부(7회)의 거대한 반전으로 드러나며, 후반부는 이들의 재심 과정과 진실 공방으로 이어집니다.
결말: 통쾌한 사이다 대신 선택한 '씁쓸한 현실과 위로'
최종회(12회)는 극적인 판타지 대신 지독하리만치 현실적인 결말을 보여줍니다.
1. 진범의 자백과 공소시효 만료

재심 법정에 선 진범 이기환(이용우)은 범행을 자백합니다. 하지만 이는 반성이 아닌, 연쇄살인마 특유의 과시욕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그는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2. 권력의 위증과 폭로

과거 수사를 조작했던 차시영은 마지막 순간까지 법정에서 위증하며 강압 수사를 부인하고 자신의 흑역사를 정당화합니다. 강태주는 결국 방송에 출연해 당시 사건을 은폐했던 책임자들의 실명을 모두 폭로하지만, 사법부 고위층이 된 가해자들은 법망을 빠져나갑니다.
3. 임석만의 무죄와 남겨진 먹먹함

지적장애를 가진 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임석만은 마침내 무죄 선고를 받습니다. 재판장은 사법부를 대표해 사과하지만, 이미 청춘을 감옥에서 다 날려버린 임석만의 삶은 온전히 보상받지 못합니다.
💡 엔딩의 여운: "우리가 보내는 애도의 방식"
극의 마지막, 평생 악몽에 시달리던 형사 강태주는 잠에 빠져듭니다. 그의 꿈속에는 연쇄살인 사건도, 슬픔도 없습니다.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던 평화로운 강성 마을에서, 이기범, 강순영 등 비극으로 떠나갔던 인물들이 모두 모여 환하게 웃으며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비추며 드라마는 막을 내립니다.
✍️ 총평 및 리뷰

<허수아비>는 대중문화가 실화 사건을 다룰 때 가져야 할 최선의 예의와 책임감을 보여준 수작입니다.
시청자들이 원했던 '악인의 몰락'이라는 사이다 결말은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현실의 씁쓸함과 제도의 허점이 더욱 묵직하게 와닿습니다. 박준우 감독과 이지현 작가는 범인을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대신, "이 비극이 없었다면 그들이 누렸을 평범한 일상"을 마지막에 선물하며 피해자들을 향한 진심 어린 애도를 건넸습니다.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 합과 짜임새 있는 연출이 돋보였던, 오랫동안 잔상이 남는 드라마입니다.
출처: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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