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시작, 그리고 익숙한 반복

2008년 6월 17일 저녁 8시 30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 인근 노상.
평범한 일상이 이어졌던 그곳에서,
한 남성이 한 여성을 향해 날카로운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합니다.
피는 쏟아졌고, 비명도 없이 몸이 바닥으로 쓰러졌죠.
가해자는 피해자의 전남편, 황주연.
피해자는 황주연의 전처였던 김 씨였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던 김 씨의 남자친구도
황주연에게 칼로 수차례 찔리며 중상을 입었죠.
이 장면을 CCTV로 본 이들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해요.
범행은 잔혹했고, 계획적이었고,
무엇보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갔는데도
가해자는 망설임도 없이 8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달아났다는 겁니다.
황주연,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황주연은 사건 전부터 ‘언젠간 큰일을 낼 사람’이라는 말을
지인들 사이에서 자주 들었던 인물입니다.
그가 남긴 말, “나는 절대 경찰에 안 잡힐 자신이 있다.”
이 한 문장은 단순한 허세가 아니었어요.
그는 평소에도 가정폭력, 협박, 스토킹, 해킹까지
다양한 범죄적 행동을 반복하던 사람이었죠.

심지어 황주연은 범행 전날 119에 거짓 신고까지 합니다.
“아내가 자살하겠다고 했다. 핸드폰도 꺼졌다.
위치를 추적해서 나에게 알려줄 수 있냐.”
누가 봐도 그건 철저한 준비였습니다.
자신의 전처를 꾀어내기 위한 미끼였죠.
그리고 다음날, 그는 딸까지 차에 두고
자신이 가발을 쓴 채 전처를 기다렸다가
애인과 함께 나온 그녀를 향해 칼을 휘둘렀습니다.
이건 질투도 아니고, 감정폭발도 아닌
계획된 살인이었습니다.
완벽한 도주, 그리고 긴 침묵

황주연의 도주는 놀라울 정도로 체계적이었습니다.
지하철을 갈아타며 이동 경로를 섞고,
신분을 감추기 위한 가명도 사용했어요.
경찰이 추적하기 힘든 장소에서
PC방에 접속하는 등 디지털 흔적도 의도적으로 남겼습니다.
심지어 범행 후 자신이 쓰던 농기계 중고거래 사이트에도
‘이범준’이라는 가명으로 로그인했던 기록이 남아 있죠.
놀라운 건, 2008년 7월 10일 이후
그는 대한민국에서 ‘기록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됐다는 겁니다.
CCTV, 통신 기록, 카드 사용, 모두 사라졌어요.
거의 20년 가까이 완벽하게 자취를 감춘 거죠.
그알 제작진도 못 찾았다

2019년 <그것이 알고싶다>는
황주연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다양한 제보를 받았다고 해요.
“택시회사에 황주연이 있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 너무 닮은 인물이 있다.”
하지만 모두 허탕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일부러 비슷하게 생긴 사람처럼 보이려 한 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죠.
특히 공사장 신분 확인은 까다롭기 때문에
황주연처럼 도피 중인 사람이 들어가기 어렵다는 걸 보면
그조차 위장 신분이 아니었다면 거의 불가능한 접근이었죠.
죽었을까, 숨어 살고 있을까

17년이 지났습니다.
그의 얼굴은 바뀌었을 수도 있고,
이름도, 직업도, 언어도 바뀌었을 수 있겠죠.
경찰은 그가 자살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도피 전 준비한 정황을 보면,
정말 그가 죽었다면 흔적 없이 사라졌을 가능성은 낮죠.
정신적으로 치밀하고,
도피를 위한 물리적·심리적 준비까지 했던 인물입니다.
그런 인물이 계획 없이 목숨을 끊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차라리 신분을 세탁해 국내에 머무르고 있거나,
조희팔처럼 밀항했을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립니다.
조희팔이 밀항하는 데 4천만 원과 브로커 세 명이 필요했듯
황주연도 누군가의 조력을 받았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창원이 그랬던 것처럼
어딘가에서 조용히, 평범한 사람처럼
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이 사건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

이 사건은 단순히 ‘도주한 범죄자 이야기’가 아닙니다.
17년이 지나도록 풀리지 않은 미제 사건,
그 중심에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어떤 방식으로든 위험이 될 수 있는
살인범이 이 땅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죠.
누군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누군가 지켜보지 않으면 진실은 묻힌다.”
황주연 사건은 그 진실을 붙잡으려는
사람들의 끈질긴 시도가 멈추지 않아야
언젠가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사건입니다.
누군가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
그게 범죄를 잊지 않게 하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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