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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야기

400년전 미라로 발견된 <이응태와 그의 부인 원이엄마>와의 사랑♡조선판 사랑과 영혼♡

by 프리디와이♡ 2022.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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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여 년 동안 썩지 않은 시신 그리고 한 장의 편지

이응태 발견당시
이응태 추정


당시 경상북도 안동시 정상동의 택지 개발로 선산의 분묘 이장이 한창이었고 안동대학교에서도 이때다 싶어 관련 유물 조사에 나섰다. 그런데 한 문중이 조상의 묘를 찾기 위해 한 무연고 묘를 발굴하다가 고성 이씨 집안의 묘임을 확인하고 해당 문중에 알렸다. 이후 본격적인 발굴에 들어갔으며, 다른 유물 75점과 함께 1998년 4월 25일 발견되었다. 해당 무덤의 피장자 이응태의 추정 신장은 185 cm로 거구였다.
이응태(李應台, 1556-86)의 부인이 서른한 살의 나이로 아내와 뱃속 아이를 남겨둔 채 요절한 그를 그리며 쓴 간찰이다.

선조 19년(1586) 음력 6월 1일 안동에 살던 어느 여자가 남긴 편지로 문학사, 여성사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높다. 또한 이응태의 가문인 고성 이씨 문중에는 수백여 년간 문중 인물들이 썼던 수많은 친필 간찰들이 전해 내려오는데, 이중 이응태와 관련된 여러 편지들과 함께 대조하여 당시 경상도 지역 사회문화생활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료이다.

필사본이 아닌 친필 원본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기 때문에 미국의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중국 국영 TV에서도 관련 방송을 통해 소개되었다. 미라 상태로 무덤에서 출토된 이응태의 할머니 일선 문씨(一善 文氏) 문계창(文繼昌)의 딸이나 그 외 가족들과는 달리 이응태 부인의 본명이나 기록은 전혀 남지 않았고, 부인이 묻힌 묘 역시 정확한 위치가 알려지지 않았다. 6년 뒤 선조 25년(1592) 임진왜란이 일어났기 때문에 그나 그의 아들이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한글 편지에 담긴 원이엄마의 마음

원이엄마의 편지

편지 중 유독 화제가 된 편지가 있었다. 이중 유일하게 한글로 쓰여진 편지는 다른 편지와 달리 보존 상태가 매우 좋았다. 바로 이는 이응태의 아내가 작성한 편지로, '원이 아버지'라는 호칭을 보아 아내가 뱃속에 둘째 아이를 임신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남편을 당시 동등한 사람을 부르던 '자내'로 지칭하는 것을 보아, 조선 전기 남녀가 평등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되기도 했다.

'원이 엄마의 편지'라고 불리는 편지 속에는 남편을 잃은 아내의 허망한 심경과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원이 아버님께 올림-병술년 유월 초하룻날’이라고 시작하는 <원이엄마 편지>에는 사랑하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는 아내의 슬픔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당신 늘 나에게 말하기를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1586년 6월 1일, 편지의 주인공인 이응태는 31살의 나이에 어린 아들과 임신 한 아내를 두고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어린 자식과 임신한 몸으로 남은 아내의 심정은 어땠을까. 남편의 장례를 앞두고 아내는 붓을 들어 남편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 슬픔을 한지 위에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간다.

“당신을 향한 마음,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도 끝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종이가 부족하자 아내는 종이를 돌려 모서리, 여백에 다시 글을 써 내려간다. 가로 58.5cm, 세로 34cm의 종이는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의 절실한 심정으로 빈 곳 없이 가득 찼다.

<원이엄마 편지>는 400여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썩지 않고 거의 완벽히 보존되었고, 남편을 향한 아내의 사랑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머리카락을 잘라 만든 미투리

미투리
미투리 확대


게다가 이 편지와 함께 미투리 한 벌이 발견됐다. 미투리는 짚신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고급스러운 신발로, 이는 원이 엄마가 남편을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직접 만든 미투리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과거 머리카락을 잘라 미투리를 만들면 병자를 치유할 수 있다는 전설이 존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실제로 미투리를 싸고 있던 한지에 ‘내 머리 배혀’, ‘이 신 신어 보지’라는 글자가 흐릿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만든 미투리에서 남편의 병이 낫기를 바라는 아내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하지만 결국, 남편은 그 신을 신어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400여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온전한 상태로 발견된 <원이엄마 편지>와 <미투리>. 이는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잊어가는 우리에게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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